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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선]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계(家戒)중 근검(勤儉)[다산문집]

선배님의 이메일을 통하여 보게 된 글인데 오늘따라 와닿네요...

 

다선 정약용 선생은 정학연과 정학유 두 아들을 슬하에 두셨었죠.

유배 중에 두 아들에게 수 십 차례 편지를 보내어 가정교육을 하셨었다고 합니다.

그 중 1808년 부터 1810년까지 보낸 아홉통의 편지는 다산문집에

 

가계(家戒) -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으로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

로 별도로 편집돼있다고 하네요

 

이중 1810년 9월에 다산초당 동암에서 써서 부치신 근검(勤儉)에 관한 글이 선배님의 이메일을 통해 왔는데요,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벼슬하여 너희에게 물려 줄 전답을 마련하지 못했으나, 오직 두 글자의 신비로운 부적을 마음에 지녀

삶을 넉넉히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기에 이제 너희들에게 주조니, 너희는 이를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한글자는 근(勤)이요, 또 한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글자는 좋은 전답이나 비옥한 토지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동안 쓴다해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근(勤)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을 저녁때까지 미루지 말며, 갠 날에 해야 할 일을

비오는 날 까지 끌지 말며, 비가 오는 날에 해야 할 일을 날이 갤 때까지 지연시켜서는 안된다.

 

늙은이는 앉아서 감독할 바가 있꼬 어린이는 다니면서 받들어 행할 바가 있으며, 젊은이는 힘든 일을 맡아 하고,

아픈 사람은 지키는 일을 하며, 아낙네는 밤 사경四更(하룻밤을 오경으로 나눠 넷째 부분에 해당 하는 부분 즉,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이 되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집안의 상하 남녀가 한 사람도 놀고먹는

식구가 없게 하고 한순간도 한가한 시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일러 근(勤)이라고 한다.

 

그러면 검(儉)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의복은 몸을 가리기 위한 것을 취할 뿐이다.

가는 베로 만든 옷은 해지기만 하면 세상없이 볼품없어지고 만다. 그러나 거친베로 만든 옷은 비록 해진다해도 볼품없진 않다.

한 벌의 옷을 만들 때마다 모름지기 이후에도 계속하여 입을 수 있느냐의 여부를 생각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가는 베로 만들어 해지고 말뿐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고운 베를 버리고 거친 베로 만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음식이란 생명만 연장하면 된다. 모든 맛있는 횟감이나 생선도 입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더러운 물건이 되어버리므로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전에 사람들은 더럽다고 침을 뱉는다.

 

사람이 천지간에 살면서 귀히 여기는 것은 성실한 것이니 조금도 속임이 없어야 한다.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고,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는 데서부터 농부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상인을 속이는 데

이르기까지 모두 죄악에 빠지는 것이다.

 

오직 하나 속일 게 있으니 바로 자기의 입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음식으로 속이더라도 잠깐 끄 때를 지나면 되니 이는 괜찮은 방법이다.

 

금년 여름에 내가 다산에 있을 때 상추로 쌈을 싸서 먹으니 손님이 물었다.

쌈을 싸서 먹는게 절여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이건 나의 입을 속이는 법일세

 

어떤 음식을 먹을때 마다 모름지기 이런 생각을 가져라.

맛있고 기름진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서는 결국 변소에 가서 대변보는 일에 힘을 쓸 뿐이다.

 

이러한 생각은 당장의 어려운 생활 처지를 극복하는 방편만이 아니라 귀하고 부유하고 복이 많은

사군자(士君子)일지라도 집안을 다스리고, 몸을 바르게 하는 방법으로 이 근(勤)과 검(儉) 두 글자를 버리고는

손을 댈 곳이 없을 것이니 너희들은 반드시 가슴 깊이 새겨두도록 하라.

 

1810년은 큰 흉년이 들어 굶어 주은 백성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파리가 죽은 백성들의 변신이라 생각하고 '파리를 조문하는 글'을 짓기도 하실만큼

백성들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신 듯 합니다.

 

물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행간도 보이긴 합니다.

 

아낙네가 사경까진 잠자리에 들면 안된다는건.....므흣(무슨생각을 한거냐..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음식에 관한 내용...

어짜피 핵심은 근검이니 ㅎㅎㅎㅎ

 

많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