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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영표형!

달나라파계승 2010. 6. 28. 01:55



1999년 6월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코리아컵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영표형(33, 알 힐랄)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에게 처음 나타났다.

덩치는 작았다. 그렇다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영표형은 빛났다. 그는 누구보다 노력과 열정으로 축구를 했다. 그리고 영리한 플레이를 자랑했다. 그런 영표형의 땀방울은 서서히 그를 세계적인 선수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영표형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에서 굳건한 자리를 잡았다. 어느덧 대표팀 간판 왼쪽 풀백은 당근 형의 자리가 됐다. 재치 있는 플레이와 안정적인 수비력, 놀라운 끈기와 근성, 그리고 헛다리짚기라는 영표형의 트레이드마크!!
 
한국 축구팬들은 영표형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고, 대표팀에서 영표형의 존재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은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한국 축구팬들은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열정에 감동받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4강 신화의 중심에는 영표형이 있었다. 포르투갈전 박지성의 골, 16강전 안정환의 골든골.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이라 평가 받는 골들.
 
이 골들은 모두 영표형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이영표의 도움!!이 만들어낸 골이다.

2002 월드컵 이후 영표형은 세계로 뻗어나간다.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을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또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까지. 영표형은 축구의 대륙 유럽에서도 여러 리그에서 뛰며 인정을 받았다.

유럽에서의 경험과 경쟁력을 가지고 대표팀으로 돌아오니 대표팀의 경쟁력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영표형을 필두로 한국 축구선수들의 유럽행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었다. 이영표가 닦아놓은 길이 큰 도움을 줬다. 한국 축구 전체적인 발전에 한 획을 그은 것이나 진배 없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의 중심이었으나, 2002년 신화를 이어가지 못해 그는 독을 품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향해 전진했다.
2008년 11월20일 사우디아라비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100번째 경기에 나섰다.
'센추리 클럽' 가입이라는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영표형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이라는 역사를 써내려갈 때도 그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영표형은 2010년을 맞이했다.
태극마크를 간직한지도 어느덧 11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이영표도 어쩔 수 없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33세 이영표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이다.

조별예선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하며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그는 마음에 담아뒀던 열정을 뜨거운 눈물로 쏟아냈다.

16강행 확정 당시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로 한국의 축구선수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한국 축구가 내 세대가 요구하는 역할이 있었다. 내 세대라는 것은 2000년대 세대를 뜻하는 것이다. 우선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사상 첫 원정 16강이었다. 오늘 좋은 경기를 통해 완성했다는 기쁨에서 나오는 눈물"이라며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그리고 다가온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
영표형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교두보.. 8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운은 우루과이 쪽으로 흘렀다. 한국은 압도적인 경기를 했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한국은 1-2로 석패했다.
한국의 2010 남아공월드컵은 끝이 났다. 더불어 영표형의 월드컵도 끝났다.

경기 후 영표형은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내 세대가 해야만 하는 역할,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다음 세대에 기대를 건다. 우리 세대가 16강에 진출했으니 다음 세대는 8강, 그리고 그 이상을 해내리라 믿는다. 나는 그 중간단계에서 이어주는 역할을 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월드컵을 끝낸 영표형은 역시나 한국 축구의 발전과 미래만을 이야기 했다. 자신이 다시는 월드컵에 나올 수 없다는 아쉬움보다는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초롱이'는 마지막까지 감동을 선사하고 그렇게 마지막 월드컵을 마무리 했다.

대표팀을 떠나는 영표형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마 한국의 모든 축구팬들이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당신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너무나 고생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우리에게 줬습니다. 영원히 당신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합니다."